어느새 코드스쿼드를 시작한지 3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번 달이 나에게는 코드스쿼드에서의 마지막 달이 될 것이다.

 

프로그래밍 공부의 시작

올해 초 나는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했다. 그전까지 나는 프로그래밍을 전혀 해보지 않았고 컴퓨터와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똑같은 스마트폰이지 무슨 차이가 있냐 할 정도로 전자기기조차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오로지 외부에 의해 세뇌된 나의 두뇌의 판단을 믿고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코딩이 필수며 학력은 필요치 않으며 창의적인 사람은 누구나 잘하게 돼서 구글쯤은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식의 미디어의 속삭임이 바로 나를 착각의 늪에 빠지게 했다. 물론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알고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게 허황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선박 엔지니어로서의 일에 신물이나 떠나고 싶었기에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라도 그 사실을 믿고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입문하고 싶었다. 그것이 마치 나의 삶을 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으며.

 

잘못된 만남

그렇다. 나의 시작은 그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출발했다. 코드스쿼드 첫 시작을 한 후 일주일 만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코드스쿼드의 동기들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정이 있겠지만 나의 눈에 그들은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들은 프로그래밍을 '하고자' 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프로그래밍 하게끔 해주길 원했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길 바랐으며 코딩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길 원했다. 나는 수동적이었고 굼떴고 더 알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방대한 프로그래밍의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그것은 미루고 싶은 방학 숙제처럼 생각됐기 때문이다. 나는 산꼭대기의 맑은 공기와 경치가 욕심났으나 산을 오르고 싶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불협화음

시작이 어찌 됐든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과 태도가 변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코드스쿼드에서 공부를 하며 나 자신에게 여러가지 방법을 실험했다. 처음에는 호눅스 말대로 정말 부담 없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냥 흥미를 붙이려고 했다. 그래서 마침내 내 안에서 알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 새벽에도 궁금증에 잠을 못 이루고 구글링하고 코드를 치는 내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말그대로 열심히 안 하기만 했다. 집에 일찍 가서 다른 것을 하며 놀았다. (집은 30초 거리) 좀 시간이 지나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오랫동안 남아서 공부를 했다. 꾹 참고 오래 남아서 사당오락의 정신으로 코딩을 했다. 이번에는 시간을 투자해 코드를 한 줄이라도 많이 치니 조금 자신감도 생기고 결과물도 많이 나왔다. 문제는 주말이 되면 아예 컴퓨터는 보기가 싫다는 것이었다. 코드스쿼드가 아닌 곳에서는 vs code의 검정 배경색을 보기도 싫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스스로 제대로 학습 해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페어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두려워졌고 매번 페어에게 잘 몰라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에 혼자 지쳐갔다. 코드스쿼드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 나 프로그래밍 잘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잘될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나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포기

일본만화 중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만화가 있다. 내용은 모르는데 제목이 특이해서 글을 쓰는 중 머리속에 떠올랐다. 나는 이곳을 도망친다. 나에게는 지금 프로그래밍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프로그래밍을 잘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없고 프로그래밍을 잘하게 되기까지 기다릴 끈기와 여유도 없다. 그래서 다시 내가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나는 꽤 괜찮은 선박 엔지니어였다) 다만 거창하게 시작한 도전이 이렇게 빠르게 막을 내리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것을 감출 마음은 없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쉽게 생각해서 시작했고 쉽게 포기하게 됐다고 스스로 요약하고 싶다. 하지만 드골 장군의 명언처럼 나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아직 지지 않았다. 나의 인생은 계속 이어지며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삶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

코드스쿼드 동기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짧은 시간 동안 같이 지내면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내가 힘들다고 징징댈 때마다 여러 위로의 말들을 건네주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 3개월 동안 정말 재미있게 함께 지냈고 즐거웠다. 동기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길 때도 있었고 그들의 말과 사고방식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때도 있었다. 특히 꽤 가깝게 지낸 P 군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그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자세나 가치관에 나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코드스쿼드에서의 생활했던 짧은 기간은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p.s.

정말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모두 남은 기간 재미있게 공부하시고 원하는 바를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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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스쿼드 2달째  (0) 2019.06.01

코딩 학원?

코드 스쿼드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2달이 지났다. 처음에 코드 스쿼드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마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6개월 동안 미친 듯이 코딩만 해서 괜찮은 회사에 들어갈 거야라고 다짐했다. 나는 코드 스쿼드를 출석하는 첫날 6개월간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자신을 프로그래밍에 쏟아부을 준비가 된 코딩 전사들과 그들을 조련할 엄한 마스터를 기대했다. 하지만 코드 스쿼드는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마스터 호눅스가 사람들 앞에서 처음 했던 이야기가 완벽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음과 비슷했던 것 같다.

 

"여러분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코딩이라는 게 모든 사람한테 맞을 수는 없어요 잘 못해도 되고요 정 안 맞고 힘들다 싶으면 그만두세요~ 여러분 인생에서 프로그래밍이 안 맞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 큰 수확이잖아요? 하하하"

 

이 말을 듣고 참 의아했다. 이 곳은 6개월 동안 독하게 공부해서 취업을 하는 학원이 아닌가? 이 곳에 온 사람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이 악물고 열심히 해서 성공합시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아직은 서로를 잘 모르고 과정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궁금함은 일단 마음 한편에 잠시 접어두었다. 코드 스쿼드 근처 강남에 방을 구한 것이 실수는 아닐까라는 불안함과 함께...

 

나는 코딩을 배우고 있는게 맞아?

나는 코드스쿼드에서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기도 엄연히 따지자면 코딩 학원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나의 한 평생 동안 무언가를 배워왔던 방식. 중고등학교, 대학교, 여러 학원들이 약속한 듯이 똑같이 하는 그 방식을 기대했다. 그러나 코드 스쿼드는 내가 상상한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름 비싼 돈을 내고 다니는데 거의 아무것도 안 해준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를 해주기는 하는데 내가 늘 경험해왔던 익숙한 '그'방식을 안 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하루에 4시간씩 수업을 하고 그날그날 과제를 내주고 출석체크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일을 안 해준다. 정말 자유 방임주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하고 싶으면 하고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궁금하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궁금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동안 경험해왔던 '그'방식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또 '그'방식으로 공부를 안 하니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코드 스쿼드에서 여러 가지를 스스로 또는 팀원들과 같이 하지만 '그'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으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빨리 집어넣어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

 

뭣이 중헌디?

2달을 그렇게 공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들 열심히 한다. 스스로 찾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 의문점을 해결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코드를 짤지 고심한다. 모르는 지식에 대해 구글링 하고 책을 찾아보고 정리해서 블로그 글을 쓴다. 그와 동시에 코드 스쿼드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철권도 하고 위닝일레븐도 하고 잡담도 많이 나눈다. 알고리즘 1문제를 가지고 옆사람이랑 하루 종일 떠들면서 왜 안풀리는지 토론하기도 하고 아예 공부가 하기싫은 날은 결석할때도 있다.(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ㅎㅎ) 나는 하루종일 코딩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다른 사람 뭐하는지 구경만 한날은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은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여전히 내가 겪어왔던 '그'방식이 익숙하다. 하지만 지난 2달 동안 확실하게 안 사실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래밍은 절대로 짧은 기간에 정복할 수가 없다. 어쩌면 평생을 해도 '정복'의 지읒도 입에 못 올릴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올해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한 나에게는 언제부터 이런 세상이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세상이 너무나 넓고 방대하다고 느껴진다. 이미 10년 이상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개발자들도 새로 나오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코드 스쿼드의 6개월 과정으로 프로그래밍을 완벽히 배우겠다고 한 나의 다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다.(지금 생각하면 이불 킥을 몇 번이나 차야 될지 모르겠다.) 내가 이미 나온 기술들을 공부해 나가는 게 빠를지 새로운 기술이 하나씩 더 나오는 게 빠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후자가 정답일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래밍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도 끝이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재미'가 아닐까? 나는 유튜브 동영상 보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역시 생각해보면 엄마한테 맞으면서 밤새워 게임을 했다.) 바로 그거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기술이 생겨야 하고 그 기술로 무엇인가를 만들었을 때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렇게 계속해야 한다. 지금 책 한 줄을 더 읽고 덜 읽고 가 중요하기보다는 앞으로 프로그래머로서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재미를 어떻게 느낄지,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어떻게 계속 그 재미를 유지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너는?

나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코딩이 재미있지 않다! 나는 집에서 혼자 코딩을 하다가 재미있어서 코드 스쿼드에 온 게 아니라 요새 뜨는 게 코딩이라고 해서 한번 해볼까 하며 시작했다. 내적인 동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외적인 동기로 시작했다. 2달 동안 코드 스쿼드에서 주어지는 미션을 통과하기 위해서만 코딩을 했다. 관심 있는 기술도 없고 분야도 없다. 그렇기에 스스로 뭘 찾아보지도 않고 혼자 뭘 해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착한 학생처럼 주어지는 미션만 통과하기 위해서 애썼고 그게 통과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최근에 책 한권을 읽었는데 그 책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프로그래밍이란 것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다.  내 머릿속에 꽉 채워진 고정관념, 편견, 편협한 가치관을 없애고 책에서 보았던 그 행복한 프로그래머들이 말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결국에는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선박을 운항하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뜬금없이 어느 날 코딩이란 게 하고 싶어져서 공부하고 있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이 블로그에는 제가 개발자로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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