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학원?

코드 스쿼드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2달이 지났다. 처음에 코드 스쿼드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마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6개월 동안 미친 듯이 코딩만 해서 괜찮은 회사에 들어갈 거야라고 다짐했다. 나는 코드 스쿼드를 출석하는 첫날 6개월간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자신을 프로그래밍에 쏟아부을 준비가 된 코딩 전사들과 그들을 조련할 엄한 마스터를 기대했다. 하지만 코드 스쿼드는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마스터 호눅스가 사람들 앞에서 처음 했던 이야기가 완벽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음과 비슷했던 것 같다.

 

"여러분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코딩이라는 게 모든 사람한테 맞을 수는 없어요 잘 못해도 되고요 정 안 맞고 힘들다 싶으면 그만두세요~ 여러분 인생에서 프로그래밍이 안 맞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 큰 수확이잖아요? 하하하"

 

이 말을 듣고 참 의아했다. 이 곳은 6개월 동안 독하게 공부해서 취업을 하는 학원이 아닌가? 이 곳에 온 사람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이 악물고 열심히 해서 성공합시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아직은 서로를 잘 모르고 과정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궁금함은 일단 마음 한편에 잠시 접어두었다. 코드 스쿼드 근처 강남에 방을 구한 것이 실수는 아닐까라는 불안함과 함께...

 

나는 코딩을 배우고 있는게 맞아?

나는 코드스쿼드에서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기도 엄연히 따지자면 코딩 학원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나의 한 평생 동안 무언가를 배워왔던 방식. 중고등학교, 대학교, 여러 학원들이 약속한 듯이 똑같이 하는 그 방식을 기대했다. 그러나 코드 스쿼드는 내가 상상한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름 비싼 돈을 내고 다니는데 거의 아무것도 안 해준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를 해주기는 하는데 내가 늘 경험해왔던 익숙한 '그'방식을 안 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하루에 4시간씩 수업을 하고 그날그날 과제를 내주고 출석체크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일을 안 해준다. 정말 자유 방임주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하고 싶으면 하고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궁금하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궁금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동안 경험해왔던 '그'방식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또 '그'방식으로 공부를 안 하니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코드 스쿼드에서 여러 가지를 스스로 또는 팀원들과 같이 하지만 '그'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으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빨리 집어넣어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

 

뭣이 중헌디?

2달을 그렇게 공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들 열심히 한다. 스스로 찾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 의문점을 해결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코드를 짤지 고심한다. 모르는 지식에 대해 구글링 하고 책을 찾아보고 정리해서 블로그 글을 쓴다. 그와 동시에 코드 스쿼드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철권도 하고 위닝일레븐도 하고 잡담도 많이 나눈다. 알고리즘 1문제를 가지고 옆사람이랑 하루 종일 떠들면서 왜 안풀리는지 토론하기도 하고 아예 공부가 하기싫은 날은 결석할때도 있다.(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ㅎㅎ) 나는 하루종일 코딩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다른 사람 뭐하는지 구경만 한날은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은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여전히 내가 겪어왔던 '그'방식이 익숙하다. 하지만 지난 2달 동안 확실하게 안 사실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래밍은 절대로 짧은 기간에 정복할 수가 없다. 어쩌면 평생을 해도 '정복'의 지읒도 입에 못 올릴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올해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한 나에게는 언제부터 이런 세상이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세상이 너무나 넓고 방대하다고 느껴진다. 이미 10년 이상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개발자들도 새로 나오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코드 스쿼드의 6개월 과정으로 프로그래밍을 완벽히 배우겠다고 한 나의 다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다.(지금 생각하면 이불 킥을 몇 번이나 차야 될지 모르겠다.) 내가 이미 나온 기술들을 공부해 나가는 게 빠를지 새로운 기술이 하나씩 더 나오는 게 빠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후자가 정답일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래밍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도 끝이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재미'가 아닐까? 나는 유튜브 동영상 보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역시 생각해보면 엄마한테 맞으면서 밤새워 게임을 했다.) 바로 그거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기술이 생겨야 하고 그 기술로 무엇인가를 만들었을 때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렇게 계속해야 한다. 지금 책 한 줄을 더 읽고 덜 읽고 가 중요하기보다는 앞으로 프로그래머로서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재미를 어떻게 느낄지,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어떻게 계속 그 재미를 유지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너는?

나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코딩이 재미있지 않다! 나는 집에서 혼자 코딩을 하다가 재미있어서 코드 스쿼드에 온 게 아니라 요새 뜨는 게 코딩이라고 해서 한번 해볼까 하며 시작했다. 내적인 동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외적인 동기로 시작했다. 2달 동안 코드 스쿼드에서 주어지는 미션을 통과하기 위해서만 코딩을 했다. 관심 있는 기술도 없고 분야도 없다. 그렇기에 스스로 뭘 찾아보지도 않고 혼자 뭘 해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착한 학생처럼 주어지는 미션만 통과하기 위해서 애썼고 그게 통과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최근에 책 한권을 읽었는데 그 책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프로그래밍이란 것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다.  내 머릿속에 꽉 채워진 고정관념, 편견, 편협한 가치관을 없애고 책에서 보았던 그 행복한 프로그래머들이 말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결국에는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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